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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경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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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과 연초 다소 주춤했던 경매시장이 다시금 과열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전국 평균 61.88%까지 떨어졌던 낙찰가율이 올해 5월 67.55%까지 상승하였고, 24.57%까지 떨어졌던 낙찰률 역시 30%대를 회복하였다.

주요지역 아파트의 경우 입찰경쟁자가 20명 내외에 이르고 개발호재가 있는 토지의 경우 30명 이상이 입찰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관심거리도 아니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토지거래요건의 강화 등이 투자자들을 경매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5월 전국 평균 낙찰가율이 67.55%라 하지만 이는 낙찰되는 물건을 통틀어 집계한 것이고, 실제 입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개별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이러한 평균치가 무색할 정도로 낙찰가율이 높고 입찰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들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연 개발호재. 개발호재가 있거나 소위 ‘뜰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물건이면 그것이 설령 휴전선 근처에 있는 물건이라도 달려가는 것이 요즘 세태다.

지난 6월 10일 진행된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에 소재한 논 280평이 그 예. 이 물건은 민간인 통제구역내에 위치한 것으로 판문점에서 직경 7km 정도밖에 이격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날 감정가 1945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져 20명이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감정가의 190.32%인 3701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같은 날 진행된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소재 논 1,398평도 마찬가지로 민간인통제구역내에 소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정가 8318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졌지만 12명이 경합하여 감정가의 151%가 넘는 1억2640만원에 낙찰되었다.

비록 1번 국도가 근접해 있는 지역이지만 남북한이 한 두번 왕래하였다고 하여 군사시설보호구역이나 민간인통제구역이 쉽사리 해제될 지역도 아니다. 그런데도 향후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북으로 북으로 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내질러 보는’ 심산으로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반거래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매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매시장을 찾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경매시장이 취득에 있어서 토지거래허가라는 규제로부터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취득 후 매각시에는 그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취득이 자유롭다 하여 무턱대고 취득하였다간 나중에 매수자를 찾지 못하여 투자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금 여유가 있어 장기간 묶어 둘 요량으로 물건을 취득한다면 모를까.

지난 6월 13일 낙찰된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삼익아파트 40평형도 상식을 벗어나 낙찰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아파트는 74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시세 호가가 7억5천만원까지 형성되어 있던 참이다. 설령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이루어진다 해도 사업추진에 따른 시세가 9억2천만(평당 2300만원)을 넘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이날 이 아파트는 남부지방법원에서 감정가 5억5천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져 30명이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7억1100만원(낙찰가율 129.3%)에 낙찰되었다. 취득 제세금, 명도비용 등 제반비용 포함하면 총 취득예상가 7억6천만원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추진에 따른 조합원 예상 부담금은 약 1억5천만원~2억원임을 감안하면 총 비용이 9억1천만원에서 9억6천만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사업추진 후 가격이 오른다 해도 9억2천만원 정도인 아파트를 그 이상 가격을 주고 낙찰받은 셈이다. 더군다나 이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이 훨씬 지났지만 12층 중층에 해당하고 세대별 대지지분이 적어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물건인데다 아직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움직임조차 없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언제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고려하면 적정입찰가는 6억5천만원대가 적정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경매시장에서의 상식을 무색하게 하는 사례들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가능성이 있는 지역, 주거환경이 양호한 지역 및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연립ㆍ다세대의 경우에는 그간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인천 및 부천지역을 중심으로, 토지의 경우에는 신도시, 택지개발, 행정타운, 기업도시예정지역을 비롯하여 도로, 경전철 등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물건에 대한 수익률에 근거한 상식선에서의 입찰가 제시는 어느덧 진부한 방법이 되어 버렸다. 경매를 통해 저가에 매입한다는 경매의 최대 장점이 사라진다면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굳이 경매시장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채권자의 채권회수와 투자자의 저렴한 매수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경매시장이 단지 채권회수라는 반쪽 기능만을 갖는 시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굳이 또 하나 의미를 부여한다면 일반매매시장에서 부족한 매물을 경매시장에서 찾는 정도라고나 할까?

아무리 개발호재가 예상된다고 해도 그 개발호재에 대한 신빙성, 사업추진일정, 추진단계별 가격예측 및 현 시세의 미래가치 반영 여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 후 합리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 경매시장이 제기능을 다하게 되고 낙찰된 후 대금납부를 못하고 보증금을 날리게 된다거나 대금미납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가낙찰에 대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만이 작금의 과열된 경매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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