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택지 확보를 위해 일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한다고 밝힌 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
2017년 11월 29일 국토교통부는 향후 5년간 정부가 추진할 주택공급 정책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도 잡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19조 원을 들여 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40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16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발표 당일 1차 해제 지역으로 성남 금토·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 남양주 진접, 부천 괴안, 부천 원종, 군포 대야미, 경산 대임 등 9곳을 발표했다. 나머지 31곳은 새해 상반기(11곳)와 하반기(20곳)에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인근 땅값이나 집값도 올라간다. 공공택지를 위해 전반적인 기반 시설이 갖춰지며 부동산 가치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발표 직후 관련 부동산 시장에서는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에선 대량으로 토지를 매입한 뒤 웃돈을 붙여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강남과 가까운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이다. 비닐하우스로 가득한 이곳 그린벨트의 밭은 2017년 7월 3.3㎡당 100만 원이었으나 최근에는 도로가 인접한 경우 250만 원도 호가한다. 집(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인근 토지도 몇 달 전엔 3.3㎡당 800만 원이었지만, 대책 발표 후 1천500만 원까지 올랐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린벨트 해제 소식이 알려진 후 하루에 수십 통씩 문의 전화가 온다”며 “그린벨트 주변 땅까지 호가가 계속 오르지만, 땅주인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그린벨트 내 밭도 지난여름 3.3㎡당 70만 원에서 최근 150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 지역 관계자들은 앞으로 30%는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경기도 의왕시 월암지구도 3.3㎡당 100만 원이던 땅값이 앞으로 500만 원까지 오른다는 소문에 문의가 급증세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은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일부 땅주인은 호가를 시세보다 두 배쯤 비싼 3.3㎡당 200만 원까지 올렸다. 경기도 구리시 갈매역세권에선 인근 아파트가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이 5천만 원 이상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새해에 풀릴 31곳의 후보지로 서울 강남구 세곡동·내곡동, 강동구 상일동, 송파구 방이동 등이 거론되며 이들 지역도 들썩인다. 최근 이들 지역 중개업소에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과 토지 매물 여부, 시세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9월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정부도 무주택 서민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고 분양가를 시세보다 50%가량 낮춘 보금자리주택을 지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기가 기승을 부렸고, 수년 후엔 높은 시세차익까지 안겨주며 일명 ‘로또아파트’ 논란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예상되는 투기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우선 나머지 31곳의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발표가 늦어질수록 시장이 과열되기 쉽다는 게 그 이유다.
우려가 잇따르자 국토부는 12월 초 해명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는 해당 지역의 시장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 시 관계기관과 협조해 불법 행위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이미 발표한 해제 지역의 경우, 주민 공람일에 항공사진을 촬영했으므로 이후 건축물의 건축이나 토지의 형질 변경, 분할·합병 같은 행위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는 불법 건축물을 설치하거나 허위 광고에 속아 토지를 취득한 경우, 적법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관계자들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기 쉽지만, 향후 주변 지역이 이들 물량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 지역 9곳 중 8곳이 경기도”라며 “안 그래도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이어서 자칫하다간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