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아파트 값 상승세는 중소형이 주도했다. 소형과 중형 아파트 값이 오르면 대형 아파트가 따라 오르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형 아파트의 상승세는 주춤해졌고, 중대형 아파트의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호가가 한번에 수억원씩 뛰는 대형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9일 조선비즈가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을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소형과 중형이 주도했다. 전용면적 40㎡ 이하가 5.07% 상승한 것을 비롯해 40㎡ 초과~60㎡ 이하가 5.28% 올랐고, 60㎡ 초과~85㎡ 이하와 85㎡ 초과~102㎡ 이하도 각각 4.75%와 5.87% 상승했다. 대형에 속하는 102㎡ 초과~135㎡ 이하와 135㎡ 초과는 각각 3.38%와 3.7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2월 주택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경우 135㎡ 초과가 전월 대비 1.74%나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 102㎡ 초과~135㎡ 이하의 상승률(1.59%)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40㎡ 이하는 0.71% 오르는 데 그쳤고 40㎡ 초과~60㎡ 이하도 상승률이 1.33%에 그쳤다.
대형 아파트의 호가도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다. 공급이 모자라는 신축 아파트와 투자 수요에 좌우되는 재건축을 제외하고,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10~20년차 아파트를 보면 이런 차이가 두드러진다.
작년 11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3차아파트 전용면적 109.53㎡는 지난 1월 14억9000만원~16억원에 거래됐다. 두 달 만에 최대 2억5000만원이 올랐는데, 현재 매물의 호가는 최고 17억원까지 나온다. 조망권 등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볼 경우 넉 달 만에 최대 3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12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된 같은 단지 전용 59.95㎡의 매물 호가가 11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더 크다.
강북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 전용면적 59.94㎡는 지난해 12월 최고 6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초에는 6억3500만원까지 거래되면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작년 12월 최고 8억9000만원까지 거래된 114.88㎡은 지난 2월 11억3000만원을 돌파했다.
2월 초 10억 4000만원에 거래된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59.88㎡는 현재 10억~10억8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대 4000만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114.96㎡는 15억~1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호가가 최대 2억5000만원이나 뛴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형 아파트만 크게 오르면서 면적당 가격에서 차이가 커졌고, 이것을 좁히는 이른바 ‘갭(gap) 메우기’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만 크게 오르면서 조금만 보태면 넓은 집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이라면서 “그렇다면 굳이 작은 집에서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늘기 시작했고, 대형 아파트 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형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도 최근 가격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박 위원은 “3~4년 전부터 인기가 좋은 중소형 위주의 분양이 이어졌다”면서 “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적었던 만큼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찾는 인기 지역에서는 앞으로도 대형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