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통일경제특구 공약 기대…서울~문산 고속도 개통·GTX-A노선 ㆍ“10년간 냉각기 학습효과로 남북 교류 실행해야 본격 거래될 것”
남북 대화·교통편 개선 호재에…접경지 파주 ‘봄바람’ 부나 길었던 빙하기를 끝내고 경기 파주시의 부동산에도 다시 봄이 올까.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 훈풍이 불면서 경기 북부 지역 부동산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아 본격적인 상승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를 중심으로 일부 부동산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남북관계에 따라 출렁인 파주 지가
18일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파주의 지가는 전년 대비 2.81% 상승했다.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크다. 파주 지역의 땅값은 10년 전만 해도 경기도의 타 지역과 견주어 나쁘지 않았다. 2004년은 13.29% 상승하면서 경기 평균(6.12%)보다 두 배나 오르기도 했다. 2004년은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남북합의에 따라 대북확성기를 모두 철거하는 등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절정에 달할 때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파주 지가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에다 박왕자씨 피격 사망으로 금강산관광이 잠정중단된 2008년 파주 지가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있은 2013년, 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내려진 2016년은 지가 상승률이 경기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파주는 개성공단의 길목인 데다 경의선이 있어 수도권으로 접근성이 좋아 철원, 연천 등 다른 접경지역보다 대북관계에 더 민감한 편이다. 지가에 비해 후행성이 있는 주택가격은 아직 뚜렷한 반전을 보인다고 보기 어렵다.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2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보합을 기록했다. 1월은 마이너스 0.07%로 되레 떨어졌다. 파주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06년 48.76%로 절정을 찍었다. LG디스플레이가 준공되고 운정신도시 분양이 시작되던 때였다. 이후 금융위기, 남북관계 악화, 운정신도시 아파트 과잉공급 등이 겹치면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내내 집값이 내리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 얘기가 나오고 부동산 부양책이 실시되면서 2015년 이후 반등했지만 주변 지역에 비하면 상승률은 미미했다. 운정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와 개성공단이 내려오고 물류단지가 성동IC 인근에 조성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토지가격이 움직였고, 노무현 정부 때의 가격을 거의 회복한 것 같다”며 “다만 아파트는 환금성 있는 실거주 단기투자 개념이다보니 인프라가 갖춰진 뒤에 오르는 경향이 있어 남북관계가 아직까지는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분명 호재는 많다
파주는 호재가 많다. 우선 교통편이 대폭 개선된다. 서울~문산고속도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등이 조만간 개통된다. GTX-A노선은 파주 운정에서 강남 삼성을 거쳐 화성 동탄을 잇는데 이렇게 되면 운정에서 서울역까지 20분, 삼성까지 24분이면 갈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빠르면 5년 뒤인 2023년쯤 현실화된다. 북한 특수는 기대치를 높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파주와 개성·해주를 연계해 통일경제특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경기도도 경기 북부 접경지역 규제완화에 적극적이다. 당분간 진보정권이 더 집권한다고 가정한다면 남북 화해 기조와 맞물려 이 구상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당장 한국도로공사는 문산~개성고속도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송유관 개발사업 얘기도 계속 들린다.
인근 지역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파주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억4600만원으로 인근 지역인 고양(3억1899만원), 김포(2억9500만원)보다 저렴하다. 서울(6억510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도 안된다. 3.3㎡당 중위가격은 941만원으로 주변 지역 중 유일하게 100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해 12월에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총 2580가구 분양에 6215명이 신청, 2.41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파주시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 중에서 청약자 수로는 가장 많았고, 청약률로는 두번째로 높다.
문산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토지는 거래량이 늘었고, 주택도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실거주 외 투자는 정치적 영향을 아무래도 많이 받기 때문에 기대심리가 있어서 거래가 꾸준히 늘겠지만 회담 결과에 따라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발목 잡는 악재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파주 지역 부동산카페를 찾아보면 “호재가 많기는 하지만 그때가 되어봐야 아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급변한 데다 부동산 침체를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많이 잃은 탓이다. 2000년대 한창 기대감이 넘칠 때 들어갔다가 타격을 입은 사람들도 많다. 지금이야 대화 기조라지만 남북, 북·미 대화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가 더 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조차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파주시청 근처인 금촌동, 운정신도시인 목동·야당·와동동에는 2010년대 초반보다 가격이 낮은 아파트도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금촌동에 있는 한 아파트 전용면적 97.18㎡의 지난달 시세(상한가 기준)는 3억1000만원으로 2008년 3억8000만원보다 7000만원 싸다. 공급적인 측면에서 운정신도시는 아직까지 악재로 작용한다.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신도시로 일산신도시보다 규모가 큰 운정신도시는 엄청난 공급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운정신도시 3지구에서 새 아파트가 본격 공급된다. 다음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하는 등 김포, 고양 등 인근 지역에서 새 아파트가 쏟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려는 정부정책도 부정적인 요소다. 지난해 말까지 상승하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대출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역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금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학습효과가 있어 실제로 뭔가 이뤄지지 않으면 쉽게 손대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반짝했다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심리가 되레 위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