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으로 서울 재건축시장은 지정여부와 사업단계에 따라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양천구 목동 등은 재건축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29일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도 내년 4월 규제 적용 이전까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건축사업 초기 단계인 단지들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만큼 분양을 포기하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정비사업이 끝난 2~3년 뒤에는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절벽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내년 4월까지 재건축사업 속도전’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인 서울 8개구 27개동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추진 중인 단지는 87개에 달한다. 부동산114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중 내년까지 분양 예정인 곳은 8개 단지 2만7000여가구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마포구 아현동 아현2구역 재건축 단지가 예정대로 연내 입주자 모집공고(분양)를 마치게 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지난 10월 정부가 10·1 부동산대책’을 통해 10월29일 이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 중 6개월 후인 내년 4월28일까지 분양을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분양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 방배동 방배5구역재건축, 방배동 서초중앙하이츠재건축,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서초동 대림아크로클라우드파크 등 단지들도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 이외에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 중 상당수가 4월29일 이전까지 분양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토부는 10·1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61곳, 6만8000가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중 절반가량이 상한제 규제를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는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면제를 받기가) 수월하지 않겠지만 이미 (인가를) 받은 단지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이 61개 단지인데 (상한제 제외받는 곳은) 그중에 절반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에는 이주와 철거를 거쳐야 분양을 할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에도 이주와 철거에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가량 소요된다.
■ 재건축 초기 단지’ 사업 파행 우려
반면 재건축사업 초기 단계인 단지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가 묶이면서 수익성 악화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쌍용1·2차,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 1·2차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서초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우성4차, 잠원동 신반포16·19·20·21차,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7차, 도곡동 개포한신 등은 전 단계인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아직 추진위 단계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미성·수정 아파트도 사업 추진에 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들의 사업 속도에 따라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 중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는 가격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 못한 단지나 초기 사업지들은 대기수요자나 투자자들의 수익성 기대가 낮아지며 거래량과 가격 움직임이 제한되는 등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집단 움직임도 있다. 지난 7일 전국 20여개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조합 추진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조합 사무실에 모여 도시정비사업 10대 악법철폐와 규제개혁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거나 2년 이상 장기유예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분양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청약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지역의 올해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3.3㎡당 440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 등 청약 가점이 높은 수요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 2~3년 뒤 주택공급 절벽 오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과의 희비도 엇갈린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예상되는 동작구 흑석동과 양천구 목동은 이번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시장이 과열되는 경우 추가지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형평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업초기 단지의 분양이 무기한 늦춰질 수 있어 공급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앞으로 2~3년 정도는 공급이 심각하게 줄지 않을 수 있지만 3년이 지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며 “서울 신규 주택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이 사업성 이유로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가 향후에도 상시 조사를 통해 분양가를 관리할 계획임을 고려했을 때 사업 가속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도시정비 사업이 끝난 2021년 이후에는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