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 및 마스터플랜(종합계획) 수립에 속도를 높이자 이들 지역보다 주택 노후도가 심각한 서울 목동, 상계동 일대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한다. 그동안 집값 자극을 우려해 후순위로 밀린 재건축 사업 정상화를 요구하면서다.
서울시가 주민 여론과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아파트값 안정세를 고려해 목동과 상계동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최대한 신속히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집값 하락으로 지구단위계획 추진 적기 판단...목동 신속 심의, 상계 내년 추진 검토
19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말까지 △목동 △성산 △월계2 등 3개 지역, 2023~2025년 △상계(1·2단계) △중계 △상계(3단계) △창동 △번동 등 5개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부지면적 100만㎡ 이상 '대규모 관리지구'는 목동, 상계(1·2단계), 중계 등 3곳이다. 시는 이 중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 초과 단지가 집중된 목동과 상계(1·2단계)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목동 지구단위계획은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를 준비하고 있고, 상계동 지구단위계획은 내년 예산을 확보해서 최대한 신속히 용역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중론이었던 정책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금리인상 여파로 시내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사실상 재건축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일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지구단위계획 확정으로 집값을 자극할 유인이 많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양천구는 2016년 목동 지구단위계획 용역을 발주했고 내부 검토 후 2018년 시에 제출했다. 이후 시가 요구한 교통, 환경 분야 보완 대책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해 지난해 상반기 다시 제출했고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비해 상계 지구단위계획은 다소 진척이 더딘 상태다. 다만 시가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직접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나서면 예상보다 확정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목동과 상계동은 1980년대 후반 택지개발지구로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구역 내 90% 이상이 주거지로 대부분 3종 주거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목동 지구는 부지 면적 378만5000㎡에 1985~1989년 준공한 14개 단지 2만6629가구가, 상계 지구는 266만3000㎡ 규모 부지에 1987~1989년 준공한 21개 단지 3만4475가구가 입주했다.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하면 시내 수만 가구의 신축 아파트가 추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목동, 상계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마스터플랜 2020년 수립…시 의지에 따라 속도전 가능
시는 지난 2020년 5월 이들 지역 재정비 사업의 마스터플랜 성격인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도시관리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두 지역의 중심지(광역중심) 블록이 구체화됐다. 목동은 7·10·12·13단지를 상계동은 3·6·7·10단지를 지구 중심지로 설정하고 일부는 준주거지역 용도 상향을 통한 복합개발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지역 중심도로 △경관보호구역 △입주세대 특성을 고려한 단지 배치 △공공보행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시가 적극적으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나설 경우 신속한 세부 시행계획 수립이 가능한 이유다.
관할 지자체도 주민 여론을 수렴해 지역 재정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양천구는 지난해 1월 재건축 추진 전담팀을 구성했고 노원구는 이달 초 재건축 신속추진팀을 신설했다. 또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지속 건의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도 1기 신도시 역차별론을 내세워 정부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양천갑)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1기 신도시 이전에 조성된 목동, 상계 등 시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도 재건축이 시급하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개선 시 연약지반, 내진설계, 석면 등 인체 유해성과 화재 안정성에 대한 평가항목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서울 구도심 정비사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시내 노후 단지를 뒤로하고 이보다 늦게 완공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우선 추진하면 역차별로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서 신축 단지가 많아지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도 더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