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시장이 지난 3월, 2년 9개월 만에 월간 거래량 3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거래액 역시 1조2000억원에 육박하면서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장기 침체에 빠졌던 빌라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대표되는 빌라 시장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월 거래량이 1000~2000건대에 머물고, 거래액은 7000억원 안팎을 오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올 들어 서서히 온기가 돌더니 전세 사기 사태 이전 수준으로 지난 3월 시장이 회복된 것이다. 빌라 수요자들의 매수·매도 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연초부터 상승 폭을 키워가면서 99.4를 기록하는 등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는 100선에 육박했다.
빌라 시장 회복은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먼저 지난 2월 중순 서울 강남·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걸 계기로 아파트 매매·전세가가 동반 급등하면서 ‘대체재’로서 빌라 수요자가 늘었다. 최근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월세 가격이 뛴 것도 매매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정부가 작년 말 빌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정 조건하에서 빌라 보유자를 무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하는 등 지원 정책이 일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빌라 시장 회복이 단기 현상으로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값 상승이 이끈 비(非)아파트 회복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거래량은 3096건, 총 거래액은 1조194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거래 건수는 33.5%, 총 거래액은 55.6% 늘었다. 빌라 거래량은 2022년 6월(3249건) 다음으로 많고 총 거래액은 그해 5월(1조2510억원) 이후 최대다. 빌라 거래량은 2022년 하반기 이후 3000건대를 넘지 못했고, 거래액도 작년 여름 소폭 상승한 걸 제외하곤 3000억~8000억원대 사이였다. 그런데 3월 들어 2022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빌라 시장 회복은 지난 2월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에 대한 토허제 해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말 토허제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로 확대 재지정되기 전까지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제히 아파트 값이 상승했는데, 이 시기부터 빌라 거래도 활발해졌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은 “실거주 수요를 중심으로 서울 밖 거주 지역으로 가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주 형태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빌라 외에 다른 비(非)아파트 주거 형태인 단독 주택(다가구 포함)과 오피스텔도 각각 3월 거래량과 거래액이 급증하면서 2022년 6월 이후 최대였다. 아파트 값 급등이 비아파트 시장 상승을 이끌었단 얘기다.
◇월세 계속 비싸져 매매 수요가 증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월세 선호 현상도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경우가 늘면서 빌라 월세는 계속 비싸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월세 가격 지수는 지난 3월 105.36으로 2015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였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이 1월 0.1%, 2월 0.13%, 3월 0.18%로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자 임대 업자들이 높은 월세 수익을 기대하며 매매 시장에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의 비아파트 시장 살리기 정책이 일부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수도권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보유한 경우 한 채까지는 무주택자 자격으로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세 7억~8억원 정도 빌라 보유자도 무주택자 가점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 등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재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대조동 모아타운 등 재개발 사업지가 다수 있는 은평구의 경우 지난 3월 서울에서 빌라 거래가 269건으로 가장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