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전용면적 183㎡ 규모의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가 100억원을 넘겨 거래되면서 ''100억 클럽'' 시대를 열었다.
18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2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재건축 공사비는 2조7488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건축 연면적 기준 3.3㎡당 1150만원 수준이다. 입찰준공기한은 2030년 12월31일이다. 입찰방법은 일반 경쟁입찰, 도급제, 내역입찰로 규정했다. 공동도급(컨소시엄) 참여는 불가하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45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단지로 신현대1차~12차 단지를 포함한 13개 단지, 총 4600여 가구로 구성돼 있다. 대규모 단일 구역이라는 점에서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랜드마크'' 사업지로 꼽힌다.
압구정2구역 내 신현대 아파트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현대 전용면적 183㎡는 이달 1일 101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지난 4월 말 기록된 9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이 거래로 압구정 일대 집값은 ''100억 클럽''에 진입했다.
압구정2구역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재건축 구역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통상 재건축 조합설립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지만 압구정2구역은 도시정비법상 조합 설립 이후 3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이 없으면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적용됐다.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매수자가 기존 조합원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이에 단기 투자 수요와 실거주 수요가 맞물려 복합적인 매수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2구역뿐만 아니라 인접한 압구정3구역과 4구역 아파트들도 동반 상승 중이다.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업지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요 단지에 대한 ''미래 가치 선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압구정 3구역 내 현대10·13·14차 전용 84㎡는 지난 5월 52억원에 거래됐다. 현대5차 전용 82㎡는 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같은 평형이 49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3월과 4월에 5억원대 초반을 찍었는데 불과 2~3개월 새 10억 원가량 껑충 뛴 것이다.
4구역인 한양4차 전용 102㎡도 60억원에 매매됐다. 5구역에 속하는 한양1차(5구역) 49㎡는 지난달 31일 29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갱신했다. 6구역인 한양5차도 전용 100㎡가 지난 3월 42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25일 52억원으로 한 달 반만에 10억원이 상승했다.
압구정2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사업에 속도를 낼 경우 서울 전역의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재개되면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다"며 "압구정의 가격 상승은 단지의 수요·공급 문제를 넘어 서울 집값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업을 수주할 경우 압구정 자체가 가진 수익성은 물론 다른 정비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9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압구정 2구역은 대형 건설사 간 격돌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이 입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남3·4구역 수주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다시 압구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