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시행된 대출 규제에 갭투자를 막고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면서 전세 수요가 억눌리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수요가 강제로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면서 이들의 주거 비용 부담도 커지고 전반적인 주거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수도권에서는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 투자가 원천 차단된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대출규제에 수도권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는 방안이 포함돼서다. 이는 갭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 시 전세대출이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이용 시에도 주택 매수자에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해 실거주 목적의 대출만 시행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사실상 투자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 위주로 부동산 시장을 재편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갭 투자 차단 등으로 전세 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의 전세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전세 거래는 아파트 입주장과 맞물려 활발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수분양자들 중에서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 세입자를 구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대출이 꽉 막히게 되면서 전세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려던 수분양자들은 잔금 납부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으로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도 매물 축소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공급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출규제까지 시행되는 것이어서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만323가구로 상반기 14만537가구 대비 약 29% 줄어든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수도권의 경우 입주물량이 상반기 6만322가구 대비 12% 감소한 5만2828가구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경기는 3만379가구가 입주하면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서울과 인천은 올 상반기 대비 각각 20%, 27% 줄어든 1만4043가구, 8406가구로 예상된다.
전세 공급이 쪼그라들면 세입자들은 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월세 거래는 비아파트 전세사기 사태 이후 활발해지면서 월세가격 역시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월세통합가격지수는 22개월째 상승세를 유지 중으로 이에 따라 주거 비용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출 규제로 생애최초 및 정책대출 한도마저 축소되면서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진 상황인데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선택지가 전세도 아닌, 월세로 좁혀지는 것 같다”며 “이들 수요는 임대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전세 문턱이 높아져 결국 월세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결국 전·월세 가격이 모두 오를 것”이라며 “월세는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고 전세는 공급이 줄어들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결국 임대차 시장 불안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