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의 숨은 돈, 이주비. 재건축 등의 공사로 거주지가 멸실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합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주변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주비는 어떻게 산정되고 어디에 쓰일까.
이주비는 대개 될 경우, 전세금 개념의 이주비가 제공된다. 이는 건설사?주택조합 등이 금융이자를 대신 지불하는 ‘무이자 대출’의 개념으로 3.3㎡당 분양가의 40~50% 정도이다.
예컨대 현재 전용 59㎡(24평) 아파트를 재건축해 3.3㎡당 1000만원인 전용 84㎡(34평)로 공사한다고 치자. 이 경우 1000만원(3.3㎡당 분양가)x24평으로 계산한 값의 40%가 이주비로 지급된다. 즉, 2억4000만원의 40%인 9600만원 정도가 기본 이주비로 지급되는 셈이다.
집주인이 이자를 내겠다면 ‘추가 이주비’가 지원되기도 한다. 추가 이주비 산정식은 ‘(종전평가금액x70%)-기본 이주비’다. 종전평가금액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2곳 이상의 감정평가 기관이 산정한 자산 가치의 평균이다. 최근 적용되는 금리는 변동금리 3~4%대다.
이주비는 기존 대출과 별도로 지급된다. 시중은행이 재건축 대상 토지를 담보로 시공사 보증을 받아 취급하는 집단대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 자기자본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조합원만 이주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근저당이 많은 집주인은 추가 대출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문가는 "근저당이 많은 이주민은 추가 대출을 알선하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이주비를 당장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자가 높아 대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급 절차는 사업자(조합)측이 시중은행과 협의해 진행한다. 일정단계를 거쳐 이주가 확정되면 재건축 대상 단지에 살지 않는 집주인(조합원)도 이주비를 신청할 수 있다.
이주비 상환 못해 입주권 급매
올 초 재건축으로 이주한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전용 106~158㎡), 신반포5차(전용 101~109㎡)의 이주민은 2억5000만~4억원 가량을 기본 이주비로 받았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반포한양의 이주비는 106㎡(이하 전용) 2억5000만원, 152~158㎡ 3억6700만원이다. 신반포5차는 101㎡ 3억7000만원, 106~109㎡ 4억원 선이다. 추가로 대출 가능한 이주비까지 합한다면 최대 6억7000만원까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이주민 대부분은 인근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데 이주비를 사용했다. 잠원동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자녀 학교 때문에 인근 아파트 전세 구하는데 열을 올렸다”며 “일단 물건이 나오면 집도 안보고 계약할 정도로 전세 경쟁이 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잠원동 아파트 106㎡형의 전셋값은 4억9000만원이었다. 이주 기간이었던 올 상반기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5억7450만원 수준으로 몇 달 사이 8400만원이나 올랐다.
그러나 일부는 이주비를 보태 인근 소형(전용 59㎡) 아파트를 구입하기도 한다. 공사기간 동안 새로 매입한 아파트에 살다가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하면 전?월세로 내놓기 위해서다. 잠원동 S공인 관계자는 “이주비를 보태 잠원동 동아?청구?중앙하이츠 59㎡형 아파트를 구입한 이주민이 꽤 있었다”며 “새로 구입한 곳에서 살다가 재건축이 완료되면 구입했던 아파트로 전·월세 수익을 얻을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잠원동 소형 아파트 시세는 5억4000만~7억5000만원 대에 형성됐다. 6억원 대의 추가 이주비까지 끌어온다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경우엔 별다른 금융지원이 없다. 보통 재건축 추진 단지는 건물 노후화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전셋값이 주변 시세에 비해 싼 편이다. 사업 단계가 후반으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지난해 말 신반포5차 101㎡ 기준으로 2억원 선이다. 강남학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입지여건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문제는 이주에 들어간 이후 세입자들이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출을 끼지 않는 한 1~2년 전 전세금으로 집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시세가 낮은 도봉구만 하더라도 전용 59㎡형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1억8700만원에 달한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반대의 셈법이 있지만 이주비는 결국에 다시 돌려줘야 되는 돈이다. 무리한 자금운용으로 이주비 상환이 어려운 조합원은 입주 직전에 분양권을 급하게 내놓은 경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