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광역시 유성구 장대동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집을 알아보던 이모 씨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전용 84㎡짜리 아파트면 세 식구가 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 단지의 전용 84㎡짜리 집값은 2억6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큰 99㎡짜리는 1000만원 낮은 2억5000만원에 나왔다는 말에 흔들린 것이다. 이씨는 “더 큰 집이 오히려 싸다는 말을 듣고 혹했지만 저층에 동향이라 그냥 작은 집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외국으로 파견 나갔다가 최근 귀국해 세종시로 내려간 경제부처 김모 과장은 세종시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었지만 아직 지어지지 않아 일단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1명이어서 방 3개짜리 전용 59㎡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을 알아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전용 59.9㎡와 전용 84.9㎡의 전셋값이 1억1000만원으로 똑같아 더 큰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 세종시로 빨려 들어가는 대전 인구…거래 적어 급매물 나오면 역전 현상도
올해 들어 대전에서 집값 역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넓은 면적의 아파트가 작은 면적의 아파트보다 싸게 팔리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 10월 대전 유성구 계산동의 오투그란데 아파트는 전용 92.89㎡형이 3억490만원에 팔렸지만 이보다 큰 전용 103.37㎡형은 3억원에 거래됐다. 또 유성구 상대동 트리풀시티는 전용 119.87㎡형이 5억325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보다 큰 전용 139.09㎡형은 5억2900만원에 팔렸다.
대전에서 아파트 역전 현상이 나오는 것은 대전 주택거래량이 적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이 적을 때엔 가격을 많이 내려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가 적은 중대형 시세 하락폭이 더 크다. 이 과정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주택거래량은 100만80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5% 늘었다. 특히 서울의 1~10월 주택거래량은 18만79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6% 늘었다. 반면 대전의 주택거래량은 2만5141건으로 4.9%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며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전이 부동산 열풍에서 비켜난 것은 대전시 인구가 인근 세종시로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세종시로 순유입된 인구는 4만4714명인데, 이 중 대전에서 가장 많은 1만8346명이 순유입됐다.
유성구 장대동 D공인 관계자는 “전국이 부동산 열풍으로 뜨겁게 달라올랐지만 대전은 사람들이 세종시로 빠져나가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도 떨어졌다”며 “넓은 평수와 작은 평수 아파트 가격 차이가 얼마 없다 보니 급매 아파트가 나오면 가격 역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 세종은 전세 역전
대전에서 집값 역전 현상이 나온다면, 세종시에서는 전셋값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종시 한솔동 퍼스트프라임 1단지의 전용 119.86㎡전세는 1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단지의 84.91㎡짜리 전세는 1억7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또 세종시 종촌동 현대엠코타운은 59.94㎡형 전세가 1억3000만원에 나갔지만 84.94㎡짜리 전세는 1억원에 거래됐다.
세종시에서 전세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집이 남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약세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세종시 평균 주택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은 50.8%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낮다. 서울은 65.3%, 전국 평균은 65.9% 수준이다.
특히 세종시에 사는 공무원 중 다수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족을 둔 ‘기러기’다 보니, 대형 평수보다는 소형 평수를 선호한다. 관리비가 많이 나가는 중대형 주택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세종시 종촌동의 S공인 중개자는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 목적으로 계약한 경우라 전·월세로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많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작은 집을 선호하다 보니 큰 집이나 작은 집이나 전셋값 차이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