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택시장에 나타난 커다란 변화 중 하나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다. 집주인이 전세 재계약 시점에 전세보증금을 인상하는 대신 월세전환을 원하면서 임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은 4.2% 올랐다. 아파트는 6.0% 올랐다. 경제성장률이 2%대 후반을 보이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대 임을 감안하면 전셋값 상승폭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월세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보합세를 형성하고 있다.
경기와 인천지역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월세시장의 임대료는 정체되어 있는데 전세시장의 임대료만 고공행진하는 현상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83만 전월세가구, 전세가구는 대부분 다주택자 등이 공급하는 미등록 일반셋집에 거주자가로 거주하는 가구 비중(자가점유율)은 2006년 55.6%에서 2008년 56.4%로 0.8%p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심리가 확산되면서 자가비중은 2010년에 54.3%로 △2.1%p가 줄었다. 2012년에는 53.8%, 2014년에 53.6%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오히려 무상을 포함해서 임차주택이 필요한 가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보증부월세가구의 증가가 눈에 띈다. 전체 전월세가구에서 보증부월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 14.8%(243만 가구)에 불과했는데 2014년에 21.8%(393만 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매매가격이 상승하던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보증부월세가구 비중은 15.2%에서 14.8%로 △0.4%p 감소했다.
그러나 금유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보증부월세가구 비중은 2010년에 18.2%, 2012년에 18.6%, 2014년에 21.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매매가격 하락이 보증부월세가구의 증가 요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주택가격이 그동안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자본이득을 전제로 한 전세시장은 축소되고, 운용수익 기반의 월세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에 조사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가구수는 약 1,800만 가구다. 이 중에서 자가(966만)와 무상(51만)가구를 제외하면 임차주택이 필요한 전월세가구는 783만 가구다. 783만 임차가구 중 약 22%에 해당하는 171만 가구가 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그 외 78%에 해당하는 612만 임차가구는 미등록 상태로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는 일반셋집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2>는 국내 전월세 임차가구의 점유형태와 임차주택의 등록유무 현황이다.
<표1>은 임차가구가 어떤 점유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등록 일반셋집에는 전세로 사는 임차인과 월세로 사는 임차인 비중이 비슷하다. 그러나 제도권 등록임대주택에는 월세로 사는 임차인이 훨씬 많다. 전세로 살고 있는 임차인은 24.7%에 불과하다. 즉 전세가구는 대부분 다주택자 등이 공급하는 미등록 일반셋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미등록임대주택을 가지고 있는 임대인이 월세주택으로 전환하고 있어 전세가구는 전셋집 찾기가 더 어렵다.
전세거래는 감소, 월세거래는 증가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전월세거래량은 123.9만건(전세 69.3만건, 월세 54.6만건)으로 전세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감소(-4.6%)한 반면 월세거래량은 증가(7.1%)했다. <그림2>에서 알 수 있듯이 비아파트 보다는 아파트의 월세거래 비중이 2012년 이후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전세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감소(-6.4%)한 반면 월세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8.2%)한 양상을 나타냈으며, 특히 아파트의 월세거래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방에서도 전세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감소(-0.3%)한 반면 월세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5.4%)한 양상을 나타냈으며, 비아파트보다 아파트의 월세거래비중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임대인, 전세의 월세 전환 이유는 이자수익이 낮아서
<그림3>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임대차 성향을 보여준다. 현재 전세를 놓고 있는 민간임대가구 중에서 향후에도 전세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비중은 전체 조사가구(405가구) 중에서 70% 정도이다. 그 외 30%는 월세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주요한 이유는 월세수입이 이자수입보다 높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률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임대인들은 시세차익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임대인들이 임대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세주택의 월세전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아지면서 운용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주택가격이 꾸준히 오르던 시기에는 주택보유에 따른 시세차익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의 기대운용수익 변화에 둔감했다. 그러나 금리가 인하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에 민감해졌다.
임대인과 달리 임차인은 전세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거주비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대차 계약방식에 대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선호가 다르다. 그렇지만 임차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임대인이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전세에 살고 싶어도 월세로 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