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전세 살던 김지석(39·회사원)씨는 지난해 가을 3억2000만원을 주고 인근의 전용면적 59㎡형 아파트를 계약했다. 2억2000만원짜리 전셋집이 2년 만에 2억8000만원으로 뛰면서 집을 사기로 했다.
김씨는 “(전세) 재계약을 위해 5000만원가량 대출을 받아야 했다”며 “2년 뒤엔 전셋값을 또 올려줘야 할 것 같아 이 참에 집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씨와 같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 매매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거래량은 119만3691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2014년(100만5173)보단 18.8% 증가했다.
서울·수도권(61만2000여 건)은 전년보다 32.4% 급증했고, 지방은 2014년보다 7.2% 증가한 58만2000여 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주택 매매가 많이 증가한 이유로 전세난과 저금리를 꼽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가구당 평균 5600만원 올랐다.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임대차계약이 2년 단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1억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른 데다 대출금리가 낮아 매매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월세를 살던 무주택 실수요가 내 집 마련에 적극 나섰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빌라(연립·다세대주택)와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빌라는 서울에서도 대개 주변 아파트 전셋값 수준이면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출을 끼면 서울에선 2억~3억원, 수도권에선 1억~2억원 정도면 장만할 수 있다. 이 덕에 지난해 빌라 거래량은 21만7279건으로 2014년보다 33.5%나 급증했다. 사상 최대치다.
아파트 역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에 수요가 몰렸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가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량(32만5000건, 1~11월)을 조사한 결과 중소형이 26만6727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82%를 차지했다.
특히 가격이 3억원 이하인 아파트가 17만6943가구로 전체 거래량의 54.4%에 달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센터 팀장은 “중소형 아파트와 빌라 거래량이 늘어난 건 전셋값 상승 속에 전·월세 회피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서울 강북권 등지에선 전셋값이 매매가의 80%에 이르자 ‘갭투자’(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 수요가 가세하면서 거래량을 끌어 올렸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서울 강북이나, 전셋값이 급등한 대구·부산 등지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거래량이 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현업에서 은퇴한 60대가 주택 매매에 적극 나선 것도 특징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시장에서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4.4%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늘었다.
반면 지난해 50%를 넘었던 40~50대 비중은 48.3%로 감소했다.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늘면서 안정적 노후를 위해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이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퇴자 중엔 큰 집을 작은 집 2채로 줄이거나, 임대사업을 위해 다가구주택을 매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올해 주택시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이주하는 데 올해 서울·수도권에서 새로 입주하는 주택(10만3700가구)은 지난해보다 1만 가구 증가하는 데 그친다.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대출금리 자체가 낮아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 실수요 입장에선 대출금리 상승 폭보다는 전셋값 상승 폭이 더 가파르게 다가올 것”이라며 “올해에도 매매로 전환하는 전·월세 수요가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서울·수도권은 2월, 지방은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키로 해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주택 매매거래량을 올해보다 10% 가량 적은 108만 건 정도로 예상했다.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은 “올해에는 은퇴자 외에도 20~30대인 이른바 에코세대(1979~1992년생)가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에 유입된다”며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많지만 전세난과 주택 수요 증가로 거래량은 2014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