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죄고 있는 가운데 한남뉴타운 사업이 다시 시동을 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어 달 전부터 강남 투자자들이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지금은 사업이 빠른 3구역 매물은 찾기가 힘들 겁니다.” (한남뉴타운 인근 H공인 대표)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단독주택가. 1년 넘게 정체됐던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개발이 최근 속도를 낼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일대 부동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남뉴타운에 대한 서울시의 재개발 가이드라인 수립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호가도 오름세다.
◆ 한남뉴타운에 쏠린 눈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보광동과 한남동 등 일대 111만205㎡로, 2003년 11월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총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면적이 가장 크고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던 3구역이 지난해 5월 서울시 건축심의에서 보류되면서 한동안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로 주민들과 논의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3구역은 7개 블록으로 나눠 시 공공건축가가 블록별로 맡아 설계한다.
이슬람사원과 제일기획 사옥 일부는 존치하는 대신, 조합이 과거 건축심의 때 적용했던 용적률(230%)과 전체 가구수(5700여가구)를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 건축심의가 진행될 계획이다.
한남동 천지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사업이 정체되면서 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엔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실제 계약도 많이 체결되면서 매물이 찾기 힘들어졌다”면서 “지금도 강남 투자자들을 비롯해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투자 문의가 들어오지만 호가가 뛰다 보니 거래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한남3구역의 경우 대지지분 99㎡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해 말 3.3㎡당 2200만~23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는데 최근에는 3.3㎡당 2500만원 전후로 호가가 올랐다.
투자자뿐 아니라 실입주를 고려한 사람들도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한남동 C공인 실장은 “이전에는 투자를 목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은 면적의 지분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자신이 직접 살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10억원대가 넘는 단독주택을 계약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가시권에 들 것으로 보이면서 시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3구역 조합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건설사 두 곳에서 찾아왔다”면서 “대형 건설사 5~6곳을 중심으로 수주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이 한강변인 데다, 강남에 준하는 입지고 면적도 큰 만큼 어지간한 건설사라면 시공권을 따기 위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 조건 나빠졌다”…일부 조합원들 우려
서울시가 만들고 있는 재개발 가이드라인을 두고 현지 중개업계와 조합원 일부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3구역의 경우 구역 내 일부 지역이 존치되지만 용적률과 가구 수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조건을 유지하려면 동 간 거리가 좁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남뉴타운 3구역에서 존치가 검토되고 있는 이슬람사원 인근 지역. /김수현 기자 ▲ 한남뉴타운 3구역에서 존치가 검토되고 있는 이슬람사원 인근 지역. /김수현 기자 2구역도 이태원 관광특구에 포함되는 구역이 존치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개발 면적이 줄어들면 전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남4·5구역도 마찬가지로 일부 구역이 존치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M공인 관계자는 “정체됐던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것을 두고 외부에선 호재로 생각하지만, 일부 구역이 존치되는 등 개발 면적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보다 사업 조건이 나빠졌다고 보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3구역 조합 관계자는 “구역에서 아예 제외하는 ‘제척’이 아닌, 보존한다는 의미의 ‘존치’기 때문에 사업면적은 전과 같다”면서 “존치되는 필지나 건축물 소유자도 조합원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공원 면적 일부를 주거 면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세부 조정을 하고 있어 사업성은 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남뉴타운 전체 개발 방향에 대한 지침 수립이 마무리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세부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