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안전 투자처인 재건축단지에 돈 몰려 노원·양천·강남·송파 등 주요 재건축이 거래 주도
"3월 강남발 재건축 훈풍에 재건축 단지를 찾는 손님이 늘기 시작하더니 6월 금리 인하 이후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어요. 7월은 부동산 비수기인데도 매물이 동이 났네요. 저금리에 재건축 단지가 대안 투자처가 된 것 같아요."(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A공인)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금리가 제로 수준이니 안전한 투자처인 재건축에 눈을 돌리는 거죠. 재건축은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수익이 나니까 수요가 몰리는거 같네요."(양천구 목동 B공인)
지난달 계절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에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몰린 까닭이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4356건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7월 거래량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한달 거래량 기준으로 볼 때에도 역대 4번째로 많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린 노원구와 양천구, 송파구, 강남구 등의 거래가 기록적으로 증가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노원구는 지난해 7월 대비 18%(208건) 증가한 1383건이 거래돼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양천구(818건)와 송파구(1013건), 강남구(880건)도 거래량 상위권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구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재건축 단지 외인아파트(512가구)가 한꺼번에 신고되면서 1358건이 신고됐다. 이들 5개 지역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최근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소에는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헛걸음치는 손님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지난달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소위 괜찮은 매물들이 동났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다 돼 내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 상계주공 2·3·5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특히 저층으로 지어져 재건축 진행 시 대지지분이 큰 5단지의 경우 매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상계주공5단지 A공인중개소 대표는 "2000여단지 중 남아있는 매물은 3~4개 뿐"이라면서 "위치와 층수 등 선호도가 낮은 매물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예전 10평형인 31.9㎡(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이 연초대비 5000만원 오른 2억6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상계주공3단지 58㎡ 주택형은 연초 3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3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C공인중개소 대표는 "아무리 재건축 호재가 있어도 이렇게 올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값이 뛰었다"면서 "그래도 사려는 손님이 계속 몰려 거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재건축 연한이 다 돼 내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노원구와 양천구에 몰려있다. 양천구에는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이 정점에 이른 뒤 강남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거래량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투자자들은 특히 재건축이 임박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목동과 신정동 아파트 거래 상당수는 신시가지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11단지가 가장 인기가 높다. 역에서는 거리가 멀어 입지가 좋지 않지만 재건축으로 인한 투자 수익을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C공인중개소 대표는 "강남에서 돈을 번 투자자들이 이제 목동을 타깃으로 삼아 넘어오고 있다"면서 "개포 재건축 단지 등에 비해 4억~5억원 이상 저렴하다 보니 매물이 나오면 집도 안보고 계약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강세의 시발점인 강남구도 지난달 880건이 거래돼 지난해 7월에 비해 거래량이 161건(22%)나 늘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거래 신고 자료를 보면 지난달 개포주공1단지가 34건이나 신고되는 등 재건축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치동과 도곡동에서도 재건축 대상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우성아파트 거래가 꾸준히 진행됐고 개학을 앞둔 학군수요가 더해지며 매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역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린 송파구도 거래량은 전년에 비해 43%나 급증했다. 재건축 연한을 이미 채운 잠실주공아파트와 우성아파트, 2018년에 연한을 채우는 훼미리아파트, 문정 시영아파트 거래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또 학군 수요로 리센츠와 엘스 아파트 거래도 눈에 띠게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도금 대출규제와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선 만큼 거래 증가추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7월부터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1인당 보증 건수와 금액도 낮췄다. 또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가 문제가 되자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아너힐즈'의 분양보증 승인을 거절하는 등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동산 거래 신고 시점을 감안하면 정부 규제 여파가 이달 거래량부터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올해 정부가 생각보다 규제의 날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아파트 거래 시장이 계속해 강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