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에만 투자한다. 여자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이든 집에 대한 결정권은 여자에게 있다. 남자는 저녁에 들어와서 아침에 나가면 그뿐,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여자다.
부부가 같이 집을 보러 다닐 때 계약이 성사되는 집은 남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아니면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열에 아홉은 후자다. 예컨대 남자는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가 멀어서 싫다고 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남자는 직장이 멀어져서 싫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를 봐줄 친정이 가깝다고 좋아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된다. 대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도 여자의 취향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자는 왜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할까? 여기에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가장 안전한 주거 형태다. 물론 경호원이 지키는 저택도 있지만, 그건 예외로 하고 말이다. 둘째, 튼튼하다. 내가 4년간 살았던 빌라는 주인이 직접 지은 건물이라 싱크대도 브랜드 제품이었고 창호도 견고하고 좋은 자재를 썼다. 그런데도 건축연도에 비해 노후 정도가 심했다.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 비해 빌라는 최저가로 날림 공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관리가 잘된다. 이에 비해 빌라는 주인이 여러 명이어서 관리의 주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넷째, 학교와 놀이터가 있다. 다섯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아파트보다 저렴하니 초보자들은 빌라 투자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문제는 빌라 투자는 한두 번 하다가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누수 등 하자를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세입자의 불만 전화에 지친 나머지 부동산에는 더 투자하고 싶지 않아진다고들 한다. 나는 빌라에 살면서 직접 불편을 겪어봤기에 세입자나 매수자에게 빌라를 권하기가 양심상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있다. 내가 살기 싫은 집에 남더러 살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아파트는 구입하지 않는다.
나는 현장에 가면 물건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까지 유심히 본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여자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친구와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청소년들, 그들의 인상을 보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안 보는 체하면서 슬그머니 살핀다. 여자의 마음으로 본다.
여자들은, 정확히 말하면 아이 엄마들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착하고 똘똘한 아이들과 마음씨 좋은 아줌마들과 점잖은 노인들이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내 아이의 친구, 친구의 엄마, 친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테니 말이다. 남자들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보지 못한다. 남자들에게는 위치와 가격만이 중요하다. 남자에게는 없는 눈을 여자는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