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왜 저는 배당을 못 받습니까. 방 두 칸짜리에서는 도저히 아이들 공부를 시킬 수 없어 방 세 칸짜리를 얻은 겁니다. 전세금이 평생 모은 돈의 전부인데, 이제 어떡합니까!”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의 낙찰가를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법원 경매담당 판사가 사정이 딱하지만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도저히 도와줄 수 없는 비소액임차인(非小額賃借人)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지법 정정미 판사(38세)는 이 법원이 최근 발간한 법원칼럼지 <법원과 사람들>에 실린 ‘비소액임차인의 슬픔’이라는 글에서 4층 건물에 옥탑방까지 보태 총 16가구가 살던 한 다가구주택 경매사건을 담당하며 겪은 판사로서의 고뇌를 털어놨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배당기일. 정 판사는 한 아주머니의 강력한 항의에 받게 됐다. 얘기인 즉슨, 자신의 임차보증금이 소액임차보증금 한도인 3500만원을 조금 넘은 4000만원이어서 한 푼도 배당 받지 못하게 됐다는 딱한 사정이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주택매각대금의 절반은 소액임차인들 몫으로 무조건 배당하게 돼 있어 대전지역의 경우 보증금 3500만원 이하면 1400만원까지 보장받는다. 문제는 말만 ‘비소액임차인’일 뿐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서민들에 있다.
아주머니는 정 판사를 향해 “소액임차보증금과 내 보증금이 별 차이가 없는데 왜 나는 못 받아야 하느냐. 우리집에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식들이 넷이나 있고, 어른이 둘이라 이제까지 절약해서 평생 모은 돈으로 방 세 칸짜리를 얻은 것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정 판사는 ‘돈 받아 갈 채권자들이 많으니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법에서 정해놓은 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들려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 판사는 글에서 “보증금을 고스한히 떼이고 집을 인도해줘야 할 입장에 빠진 이런 임차인의 설움 앞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판사는 “꽤 많은 사람들이 보증금을 방 별로 쪼개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경매에 이르러 뒤늦게 보증금을 쪼개거나 삭감하는 이중계약서를 만들거나, 가장 임차인을 들이는 편법ㆍ위법을 저지른다. 이 아주머니같은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알겠느냐”며 현행 임차보증금제의 허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정 판사는 마지막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소액임차보증금액을 확인해보고, 임차건물의 경매 가능성 등에 미리 대비하는 수 밖에 없다. 법이 부당하게 여겨져도 고쳐지기 전에 지키는 수 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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